‘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에 대해 디자이너의 고통과 계산 없이 세상에 뿅 하고 나타나 준 물건은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다. 흔히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해 '창작의 고통을 가장 많이 겪어야 하는 산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왜냐하면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머리를 쥐어 뜯어내는 창의성보다, 제품에 대한 직관적인 평가와 피드백이 반드시 앞서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직관적인 일이다.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라는 태스크가 주어지면, 처음에는 막막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이 제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매뉴얼을 잘 알고 있다면, 그에 따른 '이상적인 디자인'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이상적인 디자인이 완성되려면 몇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저자가 해석하는 디자인의 중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
: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의 필요와 행동을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 물건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가시성 (Visibility)
: 물건의 사용법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사용자는 물건을 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피드백 (Feedback)
: 사용자가 행동을 취했을 때 그 결과를 명확히 알려주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지 알 수 있다.
행동의 일치 (Mapping)
: 조작 방법과 그 결과가 논리적으로 일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위치를 위로 올리면 불이 켜지는 것처럼 사용자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
제한 조건 (Constraints)
: 사용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제한을 두어야 한다. 물건이 사용자가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없게 설계되어야 한다.
기억의 외재화 (Externalization of Memory)
: 사용자가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물건에 내장하거나 표시해야 한다.
관용성 (Affordance)
: 물건의 형태가 그 사용 방법을 암시해야 한다. 손잡이는 당기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
"디자인이란, 단지 하나의 독특한 제품이 남게 될 때까지 여러 제약을 연속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다."
디자이너에게는 시간적인 압박과 경제적인 압박이 있다.
은밀한 기능추가주의
: 어떤 한 장치에 여러 기능들을 계속 첨가하여 아무리 봐도 이상할 정도로 기능을 늘려놓는 것.
사용자는 시스템에게 여러 가지 특성과 기능을 요구하고, 디자이너는 단지 그것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능들이 하나씩 첨가되면,
시스템의 복잡성이나 크기는 잴 수 없이 커져
비가시적이고, 제약도 없고, 행동유도성도 없고, 대응도 인위적이게 된다.
디자인을 하는 법은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기에 어렵다.
있어야 할 것이 제품에 모두 있어야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는 안 된다.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디자인에도 왕도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산업에서도 '센스가 있는 사람'이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답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앞서 서술한 제약 조건에 감각이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결국, 보편적인 제약을 잘 따르면서도
거기에 더해, 변화하는 세상의 요구사항에 경청하고 트렌디한 마인드를 가진다면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